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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신 여권과 단계적 일상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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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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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그 기세가 좀 꺾이는 듯하면, 새로운 변이가 잇따라 출현해서 전 세계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 있다. 화이자(독일, 미국), 모더나(미국), 아스트라제네카(영국) 등 백신을 개발한 나라에서는 2020년 말부터 접종에 들어갔다. 이에 호응하여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백신 접종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였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난 후에는 그 증가 추세가 급격히 둔화하였다.

 

코로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미국·영국·독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꽤 많다. 정치적 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백신 접종을 피하는 사람도 있고, 부작용 또는 이상 반응을 두려워하여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기피(vaccine hesitancy)‘2019년 전 지구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협’(ten threats to global health in 2019)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감염병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공중보건에 관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으나, 미국·영국·독일 사람 중에는 그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나라들 정부는 현금 보상, 무료 식사, 백신 접종 장소까지 교통편 제공, 복권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백신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률은 별로 상승하지 않았다.

 

몇몇 나라 정부가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 중 하나가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이다. 그것은 앱, QR코드, 플라스틱 카드, 종이 증명서 등 형태가 다양하고, ‘쿠브’(coov; 한국), ‘유럽연합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EU Digital COVID Certificate: EUDCC; EU), ‘엑셀시오르 패스’(Excelsior Pass; 미국 뉴욕주), ‘국민보건서비스 코로나19 패스’(NHS COVID Pass; 영국), ‘그린패스’(Green Pass; 이스라엘), 젠캉바오(健康宝; 중국) 등 나라마다 명칭마저 제각각이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자 증명서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내용은 같다. 각국 정부는 주민들이 백신 여권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증하여야만 공공장소와 대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 한다.

 

쿠브는 한국 질병관리청이 블록체인’(block chain)분산형 디지털 신원 증명’(Decentralized Identifiers; DIDs)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한 앱이다. 쿠브는 QR코드를 통한 접종 증명서 제출이나 상대방 QR코드 검증, 전자증명서 발급 및 백신 인증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에서 제공하는 QR 인증은 쿠브의 QR코드를 끌어다 사용하는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통일된 플랫폼의 백신 여권 사용을 권장한다. ‘유럽연합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는 디지털 서명이 있는 QR코드 방식이다. 이름, 생년월일, 발급일, 백신·검사·항체 관련 정보, 고유 식별자 등 필요한 핵심 정보가 포함된다. 예컨대, 프랑스는 202189일부터 공공장소와 대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유럽연합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종이로 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카드’(COVIA-19 Vaccination Record Card)를 배포한다.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뉴욕주는 엑셀시오르(Excelsior·더욱더 높이) 패스를 개발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그것은 뉴욕 주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인증해주는 모바일 앱이다. 이 앱을 휴대폰에 설치한 주민은 고유 QR코드를 발급받고, 사업자는 별도 앱으로 이를 스캔해 백신 접종이나 음성 판정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뉴욕시는 뉴욕시 패스 열쇠’(Key to NYC Pas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뉴욕시의 술집, 식당, 헬스장과 같은 실내 시설에 입장하려는 사람은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급한 종이로 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카드를 보여주거나, 휴대폰의 엑셀시오르 패스를 통해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국 정부는 부분적 또는 전면적 백신 접종 의무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2021828일 보건·의료 분야 인력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의료 종사자들은 927일까지 최소 1차례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하며, 백신을 맞지 않은 직원의 출근을 방치하면 고용주인 의료기관에 벌칙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99일 연방 공무원과 100인 이상 기업 근로자, 의료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노동부가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연방 공무원은 백신 접종을 필수로 하고, 대기업 근로자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이 조치는 미국 정부의 백신 정책 가운데 강제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ㆍ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보다 더욱 강력한 백신 증명 제도를 도입하였다. 중국은 QR코드 패스에 이어 마스크를 낀 얼굴에 대한 안면인식 장치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가가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백신 접종 강제 조치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방 공무원과 100인 이상 기업 근로자, 의료 종사자 대상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 제도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또한, 플로리다주는 코로나19 백신 여권 도입에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 플로리다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는 정부기관, 학교, 기업 등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주들은 코로나19의 위험이 과장되었으므로, 그러한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주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는 백신 여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백신 여권이 주민의 이동성을 제한하고 암묵적으로 백신을 의무화한다고 주장하며, “자유가 죽어가고 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시위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들은 백신 여권 제도를 시행하였다. 백신 접종률을 높임으로써 시민의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두드려졌다.

 

영국 정부도 20219월 초 클럽을 비롯해 사람이 붐비는 대규모 행사에 입장하는 상황을 대비해, 2차 접종 완료나 음성 판정, 자가격리 완료 여부 등의 정보가 담긴 백신 여권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12일 영국 정부는 입장을 바꾸어, 백신 여권 도입 방침을 백지화하고, 정부의 비상 권한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백신 여권이 사회 분열을 일으키고 비용 부담 문제도 있다는 반론이 강력히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백신 의무화 정책을 공중보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느냐, 정부에 의한 개인의 과도한 통제로 여기느냐에 대한 관점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반영한다.

 

한편, 여권(passport)이 해외여행 때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로 필수품이 된 것처럼, 백신 여권이 다른 나라 보건 당국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기능을 할 수 있는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또한 기술적으로 백신 여권을 출입국 심사에 활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적용한 사례는 없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기술로 백신 여권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발급 기준 또한 다르므로, 국가들이 다른 나라 백신 여권을 상호 인정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는 20214월 국내외 여행 통제 목적의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백신 여권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백신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하는지도 모른다는 점도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따른 불평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장애, 알레르기 등 의학적인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 임산부, 어린이 등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 사람 등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 QR코드로 백신 여권을 이용할 경우 경제적 이유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사회계층 간 격차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

 

백신 여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한국인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였다.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률 70%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향후 방역체계 청사진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제시하였다. 기존 방역체계를 유지하면서 위험도가 낮은 순서로 하나씩 방역 부담을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을 한꺼번에 해제한 영국식 위드(with) 코로나 정책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한국이 코로나19 극복의 성공 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이 원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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